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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옵션이야기] 스톡옵션을 받다


by Kitle · 2025. 04. 20.




직장인의 꿈: 스톡옵션과의 첫 만남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대박을 꿈꾼다.

주말마다 로또를 사고, 출퇴근길엔 주식시장을 체크하고, 코인 트렌드를 좇으며, 부동산, 임대 수익, 세컨 잡까지—어떻게든 ‘한 방’을 노린다.

하지만 ‘스톡’도 아닌 ‘스톡옵션’이라는 단어는, 일부 직장인에겐 여전히 생소하다. 적어도 그 단어가 내 인생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기트리님, 스톡옵션을 드리겠습니다.”

기트리: “네? 저는 희망연봉만 맞춰주시면 돼요. 스톡 말고 연봉으로 조정해 주세요.”

이건 실제로 내가 전 직장에서 스톡옵션을 제안받았을 때 했던 말이다.

왜냐하면 그 당시는 지금보다도 연봉이 낮았고, 만 원, 이만 원이 아쉬운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톡옵션’이 뭔지도 몰랐던 사회 초년생이었으니까.


계약 조건? 기억이 가물가물

그때 받은 조건이 명시된 문서를 따로 보관하지 못해 정확하진 않지만, 편의상 연봉 3,000만 원이었다고 가정해보자. 나는 그 금액을 희망연봉으로 전달했고, 처음엔 그걸 맞춰줄 수 있다고 구두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막상 사인을 하러 갔을 땐, 연봉 2,700만 원에 스톡옵션이 얹어진 제안이 되어 있었다.

그 회사는 소규모 스타트업이었고, 아이템은 꽤 괜찮았다. 하지만 내 직감으로는 “이건 대박은 아니다” 싶었던지라, 나도 모르게 거부감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연봉 협상, 뜻대로 되지 않다

‘새 회사와 계약을 완료하기 전까진 전 직장에 퇴사 통보를 하지 말라’는 철칙을 잊은 채, 나는 이미 전 직장에 퇴사를 알려버렸다. 결국 “입사하지 않겠습니다” 카드는 꺼낼 수도 없는 상황.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시간 끌기, 최대한 어필하기였다. 인사 담당자와 몇 시간 동안 협상을 벌였지만, 결과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연봉은 10원도 오르지 않았다. 그 시절 나는 정말 ‘현금’이 절실했다.


스톡옵션은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일반적인 직장인은 인사팀과 회사라는 벽을 이기기 어렵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처음 제안된 스톡옵션의 가치보다 조금 더 높은 조건으로 조정받았다는 것. 예를 들어 1,000만 원 상당이었던 것이 2,000만 원 수준으로 늘어난 정도였다.

물론 그건 아직 실현되지 않은, 종이 위의 가치였고, 실제 돈도 아니었다. 그래도 1~2시간의 협상으로 얻어낼 수 있는 것이라면, 비슷한 상황에서 다시 한 번쯤 어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물론 무리한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내가 끝까지 주장할 수 있었던 건 ‘희망연봉을 맞춰주겠다는 구두 계약’과 ‘그 변경사항을 서면 계약 시점에서야 알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선택의 기로, 그리고 현금

결국 회사 사정상, 스톡옵션을 포기하고 일회성 보너스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기억으로는 절반은 스톡옵션을 유지했고, 나머지 절반은 보너스를 선택했다.

어떤 선택이 정답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당시 내 생각은 ‘어차피 상장 못하면 이 주식은 휴지 조각’이라는 것이었고, 나는 계약서 한 장의 불확실한 미래를 포기하고, 현실의 보너스를 택했다.

그 금액은 지금 생각해보면, 고급 노트북 하나 정도의 가격이었다.


그리고 몇 년 후...

그렇게 첫 스톡옵션은 내 인생에서 사라졌다. 대신 겉핥기식으로나마 스톡옵션에 대한 개념을 알게 되었고,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오면 조금 더 똑똑하게 판단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몇 년이 흘러, 또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서, 두 번째 스톡옵션의 기회가 찾아왔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요즘

IMF 이후로 대한민국에는 없어진 단어를 뽑자면 단연 "평생직장" 이 아닐까 싶다. 기존에는 호봉제로 시간이 지나고 연차가 쌓이면 자연스레 호봉과 연봉이 공무원처럼 올라가는 직장이 꽤 있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부터 불어닥친 칼바람은, 내노라 하는 이름있는 대기업들을 파산시키고, 수많은 직장인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눈물과 한숨을 쉬었다.

회사를 위해 돈한푼 받지 않고도 주말 반납은 물론 상사의 소소한 일상이며 집사일까지 도맡아 하다보면 따라오는 승진과 안정은 사라지고, 이제 남은것은 "회사는 더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라는 불신 뿐이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이제 한 회사에 평생을 바치겠다는 우스갯소리도 더이상 하지 않는다. IT업계의 평균 근속년수가 얼마나 되는가. 20년도 10년도 5년도 아니다. 2년이다. 2년 후 옮길 회사에 미련도, 애정도, 상사에 대한 상명하복도 의미가 없어졌다.


잘나가는 기업들의 인재 쟁탈전의 시작

기업들 또한 발빠르게 이탈하는 직장인을 붙잡고, 또한 신입.경력들이 언제든지 유목민이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런 유목민을 사로잡기 위해 여러가지 전략을 펼쳤다.

"신입 개발자 5천만원" 연봉을 보장하는 회사.

"기존 연봉의 최대 1.5배 상승"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 지급.

등 업계에는 인재 모시기 및 인재 쟁탈전이 벌어졌고, 성장을 달리고 있는 유니콘 기업, 곧 상장을 앞둔 기업, 상장 후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기업들이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연봉과 혜택 경쟁은 더욱 상승 그래프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나의 세번째 이직 도전

그 당시 나는 위태로운 스타트업을 다니고 있었고, 다니면서 이직을 계속 준비중이었다. 비슷한 스타트업에 합격을 했고 연봉을 거의 1천만원 정도 올렸었지만, 사업 발전 가능성이나 느낌이 지금 회사와 크게 다를게 없다고 느꼈다. 이대로라면 또 나는 2-3년 뒤면 비슷한 일을 겪고 이직을 준비해야할지 모른다는 불안함이 들었다. 

두번째 이직 면접은 지인이 추천해준 곳이었다. 사업 아이템도 괜찮았고, 수익도 있고 다양한 특허와 기술도 보유한 회사였다.

하지만 면접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 실무자들은 나의 직무에 대해 전혀 모르는 눈치었고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와서 다 해주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물론 실무자가 나의 직무를 잘 모르거나 보통 동떨어진 실무자가 면접을 보는 경우도 있고, 말을 아끼는 경우가 많아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고, 압박 면접이나 말도안되는 질문을 한것은 아니므로 그냥저냥 넘어갈 수 있었다.

마지막 임원 면접은 대표 면접이었다. 대표는 급하게 들어온 티가 역력했고, 화려한 이력과 멋진 기사들과는 달리 실제 언행은 어수룩하고 이 직무를 뽑는것도 잘 모르고 본인이 어떻게 서포트 할지도 크게 관심도 없어보였다. 그냥 실무자들이 뽑아달라고 하고 필요하다고 하니 들어온 느낌이었다. 합격해도 가지 않아야 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면접을 잘 마무리 하고 인사팀에서 연락이 왔다. 희망 연봉에 대해 현재 연봉보다 약 500만원 높게 제시한 연봉이었다. 이미 희망연봉을 깎는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고, 맞춰줄 생각이 없는 느낌이 가득했다. 이게 최선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나는 물론 갈생각이 없었고 그냥 적당히 희망 연봉이 말씀처럼 맞춰지지 않아서 입사가 어려울것 같습니다. 이쯤에서 서로 잘 정리하시지요. 로 마무리 했다.

그렇게 한 1-2주 정도가 지났을까, 인사팀에서 다급하게 연락이 왔다. 연봉 조정에 오해가 있었다며 희망연봉을 맞춰 주겠다고 했다. 나는 어차피 안갈꺼 확실히 쐐기를 박았다. 지금은 해당 금액에 +2000만원 정도가 현재의 희망연봉이고 해당 정도를 맞춰줄수 있는 회사와 조율중입니다. 조율 가능하실까요? 라고 이야기 했다. 인사팀은 더이상 나에게 아무런 제안도 하지 않았다. 불필요한 핑퐁은 큰 스매시로 마무리 하는게 확실하다.


그 다음 회사와 시작된 두번째 스톡옵션

합격하리라 크게 기대하지 않고 진짜 하고싶은말 다 한 회사에서 최종 합격했다고 연락이 왔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이직과 연봉, 혜택 붐이 불었는데, 운좋게도 나에게 적절한 연봉과 또다시 "스톡옵션" 제안이 왔다. 


스톡옵션,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스톡옵션 그 첫만남은 너무 어려웠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소위 "엿" 바꿔 먹었다. 성능좋은 노트북 한대 값으로 바꿨으니 말이다.

그런데 여전히 그 회사는 상장도 하지 못했다. 물론 비상장으로 내가 거래에 성공했다면 그보다 큰 이득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리고 반대로 더 큰 손해를 보았을지도 모른다. 

드디어 두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엔 어렵지 않을 수 있을까?


두번째 스톡옵션 부여


스톡옵션을 부여받았다. 편의상 실제 부여받은 금액 / 시기 / 금액등은 적절히 바꾸었으나, 논리적으로 말이 되게 작성했다. 조건은 바로 3000주, 해당 시점으로 1억원의 가치라고 했다. 행사가는 주당 1,000원 이었다.

일단 1억원의 가치에 기분은 좋지만, 이것이 실제 얼마나 체감될지는 모르겠다. 왜냐하면 스톡옵션은 조건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스톡옵션은 말그대로 "스톡"을 살 수 있는 권리이지 "스톡" 즉 "주식" 자체를 주는것은 아니다. 물론 말그대로 "스톡"을 주는 조건도 있지만, 일반적인 회사들은 그냥 스톡옵션의 경우가 많다.

그러면 도대체 저 가격에 주식을 언제 살 수 있나?

보통 긴 근속년수를 가져간다. 2~4년정도 후에 행사(스톡옵션을 행사하여 주식을 사는것)를 할 수 있는데, 그 장기간의 시간을 기다려야한다.


없다고 생각하기, 생각보다 쉽지 않아

내가 부여받은 조건은 3년 후 50%, 4년 후 50%를 살 수 있는 조건이다. 일반적인 IT회사의 근속년수가 2년인데, 이 긴기간을 다닐 수 있을까? 고민먼저된다. 따라서 없다고 생각하는게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사실 6개월에서 1년정도는 뉴비의 마음으로 회사를 다니기때문에 그리고 아직 안정화되지 않았다는 마음이 들기에 스톡옵션에 대해 없다고 생각하기가 쉬웠다.

그러나 주변에서 상장하지 않은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장외 주식 가격이 날뛰고 있는것을 보면, 계산기를 두드려보지 않을 수 없다.


그때 부터 시작된 희망회로

나는 이전에 금요일마다 로또를 샀다. 월요일에 사는 경우도 있지만, 금요일에 사면 토요일 발표 전까지 강력한 희망 도파민으로 행복지수가 집중적으로 많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받지도 않은 스톡을 살 수 있다는 그 '스톡옵션'의 기회, 그리고 아직 장시간 기다려야 하는 행사시점 까지의 장기전을 잊으려고 해도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또 마음이 괜히 싱숭생숭하다.

3000주 1억원의 가치.

스톡옵션 계약을 한 시점의 주식 가격은 한주당 33,333원 * 3000주 = 약 1억원의 가치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인지 시간이 지날 수록 장외가가 9만원을 넘고, 10만원이 넘을것 같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렇다면 나의 스톡옵션을 실행했을때 어떻게 되나? 

90,000원 * 3000 주 = 1억이었던 돈이 갑자기 3배가 된다. 2.7억??

그렇다면 진짜 초 대박을 쳐서 주당 12만원이 된다면 3.6억이 된다?? 이게 과연 현실성 있는 것인가?


회사생활의 위기는 언제나 찾아온다

그때부터 한번씩 자꾸 계산기를 두드려보곤 했다. 행복회로를 돌리기도 잠시.

그러나 3년 아니 4년까지 모두 회사를 다니기엔 위기가 찾아왔다. 보통 스톡옵션은 회사를 오래 다니게 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사실 그 끝까지 가는 %는 극소수이다.

나에겐 스톡을 포기하고, 현재의 불편함을 넘어 다른 회사로 이직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면접을 보았는데, 해당 회사에서는 좀 더 현실적인 제안을 했다.

현재 보다 높은 연봉, 사이닝 보너스 2천만원, 그리고 연 인센 10~50%

가치를 비교하면 계약당시 스톡옵션은 1년에 2500만원 정도의 가치이고, 실제로는 3년간 기다려야 해서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사이닝 보너스는 즉시 2천만원이 선지급되고, 물론 2년동안의 계약을 유지하는 조건이 있다. 실제로는 1년 1천만원의 가치로 금액 메리트는 떨어지지만 확실성이 있다. 중도 퇴사하더라도 다 뱉는 경우도 있고, 보통은 일할계산으로 뱉기때문에 하루하루 더 다녀도 리스크는 적다.

그러나 만기 적금 전에 그것도 3년전에 퇴사해버리면 10원한장, 주식 한주 건지지 못하는 스톡옵션은 말그대로 그림의 떡이 아닌가?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하는 걸까. 어떤 가치에 더 집중해야 할까

#2천만원을 포기하고 3년을 존버한 이유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마라

내가 좋아하는 타짜의 명대사다. 승부란 승패가 확실히 갈리고 승자는 웃고 패자는 웃게 된다. 그만큼 패했을시 리스크와 금전적 손실이 커지므로 도박이든, 인생이든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않는게 좋다.

내가 스톡옵션을 보유한 채, 다른회사를 면접 보고, 그에 대한 결과를 비교해보면서 어떤선택을 했는지 이야기 해보려 한다.


비 고정 자산(?)은 불확실해요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는 인센에 의한 변동폭이 크지 않고 안정적이라, 연간 받을 수 있는 급여가 예상이 잘 되는 편이다. 들쑥날쑥 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챙겨주는 비용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플래닝이 가능하다.

그러나 새로 갈 회사는 나름 신생 회사여서 정보도 많이 없고, 10~50% 정도나 되는 넓은 범위의 인센티브가 매년 지급된다는데, 그에 대한 정보는 너무 부족했다.

올해 25%를 받게 되었다면, 과연 전 직원이 모두 동일하게 25%인지? 부서(조직)에 따라 다른지, 개인의 평가에 따라 다른지, 그리고 신규 입사자라면 재직기간에 따라 받지 못하거나 일부만 받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는 1년이상 근속한다면 해결될 수 있지만, 평균 20%를 받을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자금 사정상 0%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인사팀에서는 당연히 잘 나온다며 연봉을 높게 제시하지 못한것도 있었다.

너무나 불확실하고 신뢰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쯤 재직기간은 2년을 향해가고 있었는데, 기간으로 따지면 1년만 더 다니면 스톡옵션을 행사하여 약 5천만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이런것들을 모두 어필했음에도 내가 가지고 있는 "스톡옵션" 은 1도 반영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사이닝 보너스 2년 2000만원만 제시하고, "스톡옵션"에 대한 것도 없었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그리고 다시 긴 마라톤

해당 회사와는 더이상의 조율이 불가능해서 드롭 되고, 현재 회사에서 1년을 더 다녀서 스톡옵션을 실현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기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이 스톡옵션은 언제 가장 흔들릴까?

아마도 30% ~ 60% 정도 지났을때가 가장 힘든 구간이라고 생각한다. 전편에도 말했지만 초기에는 초심자가 회사 적응에 관심을 더 두고 먼나라의 이야기기 때문에 시간은 잘 흘러간다. 그런데 3년의 기간이 주어졌을 경우, 1년정도 도래하면 이제 어느정도 적응도 되었고, 회사를 더 다닐지, 아니면 별로라면 스톡을 포기하고 이직하면 서 더 합리적인 사이닝 보너스를 노리거나, 더 안정적(가능성) 있는 회사의 스톡옵션(물론 위 처럼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으로 갈아탈지를 정하는 것이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입사자와 퇴사자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나름 회사에서 인정 받는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나와 비슷한 시기에 입사를 했다면  회사나 경제 사정상 아마 스톡옵션 조건도 비슷했으리라 추정한다. 그리고 여전히 채용공고에 스톡옵션을 지급한다고 되어있다면 거의 있다고 보는게 맞다.

그런분들이 6개월 ~ 1.5년 정도 퇴사한다는 것은 말그대로 그 부여받은 스톡옵션을 제로(0원)으로 만들고 포기하고 나간다는 것이다. 그런분들이 없는것도 아니다. 

스톡옵션에 정답은 없다. 모두가 그 타이밍에 최적의 선택을 할 뿐이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2년 반쯤 지나니 이제 스톡옵션이 코앞에 다가왔다. 드디어 나에게도 첫번째 스톡옵션을 베스팅 할 수 있는 기간이 되었다.


#5 첫번째 스톡 베스팅, 봄날은 올까

지루한 기다림의 끝엔 무엇이 있나

스톡옵션을 준다는 회사로 이직한지도 만 2년이 지났다. 이제 1년만 더 채우면 스톡옵션을 받을 수 있고, 현재 가치로 가격도 나쁘지 않다. 이제 그만둔다면 그간 다닌 세월을 어떻게 보면 날리는 것이다. 그렇게 1년을 더 존버했다. 드디어 만 3년이 되었다. 입사 동기와는 친분이 있고 스톡조건도 같다는 걸 알고 있기때문에 실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나  "3년 되었으니까 이제 바로 스톡 살 수 있는거지?"
동기 "그렇긴 한데 실제 실행에는 시간이 더 걸려. 주총 승인을 받고 이후에 정해진 기간에 살 수 있어"
 "그래? 스톡옵션 정말 어렵다."
동기 "자세한건 스톡옵션 계약서에 나와있을꺼야 우린 한 5개월 더 기다려야 할껄?"


그래서 바로 계약서를 부랴부랴 찾기에 이르렀다.


인생은 역시 타이밍

3년이나 기다렸는데 5개월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니. 마치 큰 사기를 당한것 같았다.  부여일로부터 3년이 지나고 이후 가장 빠른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얻어 회사에서 정해진 기간에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중도퇴사해도 받긴하지만, 이것 또한 운이 따르는것 같다.

만약 저 추가적인 대기기간동안 주식이 엄청 상승하거나 팔 타이밍이라면, 사실상 며칠 몇달 차이로 큰 손해를 볼 수도, 큰 이득을 볼 수도 있다.

또한 세금 관련해서도 소득이 낮게 잡힐수록 유리한것도 사실이다.


드디어 스톡옵션 행사 안내 받다

이후로는 바쁜 회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날짜가는지도 모르고 살았던것 같다. 역시 바쁜데는 장사 없다. 어느날 이메일로 행사 관련 안내가 왔다. 신청일에 맞춰 서류를 접수하고 스톡옵션 구매 비용을 납부하라는 것이다.

나는 주당 1000원 1500주를 이번 시기에 구매 가능했다. 현재 가격은 한주당 50,000으로 책정되어 있었다.

따라서 내가 구매할때 지불해야 할 돈은 1000원 * 1500주 로 150만원이되었다.

그렇게 구매하면 현재 구매 가치로는 50,000원 * 1500주 = 7,500만원의 가치다.

회사에서 책정하는 구매가는 현재의 시장가보다 조금 낮은 상태다. 장외 시장가를 검색해보니 현재 6만원에 거래중이다.

그렇다면 현재 시장가로는 60,000원 * 1500주 = 9천만원의 가치이다.

그리고 1년만 더 다니면 나머지 50%를 행사할 수 있으므로 1.8억의 가치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은 더 올라갈 수도 있고 내려갈 수도 있다.

보통 상장하게되면 "오픈빨" 이라는것이 작용한다. 엄청나게 오른다.

이대로 모두 수익실현을 하고 종료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숨어있던 복병들을 또 만나게 된다.


#6 스톡옵션, 돈을 번게 아닌데 세금을 낸다?

행사가를 입금하다

나의 행사가는 주당 1천원이다. 그리고 1500주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구매할 총 금액은 150만원이다. 150만원을 입금하면 끝~ 하고 신나 있었지만 이대로 끝 이면 얼마나 좋을까.


숨어있던 복병 세금과 보험료

스톡옵션으로 얻게되는 주식 또한 "소득" 으로 치며, 그에 따른 세금을 내야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4대 의무중 하나인 "납세의 의무"가 이럴때만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마음으로는 그렇지 못하다. 도대체 돈을 벌지도 않고 주식을 취득한것 만으로도 세금을 내야한다니, 왠지 억울함만 가득했다.

스톡으로 인해 수익을 낸다면 세금을 내야한다는건 알 수 있다. 그러나 시점이 양도(판매)시점도 아닌 취득 시점에 세금을 내는게 말이 되는가? 그리고 취득 시점에 상장도 하지 않은 현재 시가 기준으로 세금을 내고, 추후에 주식 가격이 떨어진 시점에 판매를 하면 그 차액은 환불(?)해 주는것인가?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은 죽음과 세금뿐이다."


미국 정치가 벤저민 플랭클린의 말이다. 대한민국에서도 세금을 피하긴 쉽지 않다. 그리고 세법은 굉장히 어렵고 복잡하다. 연말정산만 해도 산정방법과 세율 계산을 정확히 알고 있는 일반인은 아마 없을것이다.

그러던 중 한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세금을 행사할때 내지 않고 나중에 낼 수 있도록 조정하는 '과세이연'제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마저 너무 복잡하고 알아야 할게 많아서 나는 포기했다. 물론 꼭 하지 않아도 당장 세금 납입이 가능한 부분도 있었다.

여기저기 기사를 검색도 해보고 정보를 수집해보니, 스톡옵션의 즐거움도 있지만, 잘못 행사했다간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 한다. 과연 이 스톡실현이 나에게 옳은일인가 다시한번 고민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낮은 행사가와, 실패해도 손해보는것은 행사시 냈던 구입가격, 세금 정도로 생각이 된다. 그래서 세금을 계산해보기로 했다. 스톡옵션으로 스톡을 행사했을 때 내는 세금을 얼마인가.


일반 국민은 부자가 되면 안되는 건가

불행중 다행으로, 해당 기업이 스톡옵션 특례제도에 해당하면 연간 2억(최대 5억)까지는 근로소득세가 면제 된다고 한다. 물론 이 금액도 큰 금액이다. 그러나 요즘 같은 고 물가시대에 취지를 생각해 본다면 연간 제한이 있고, 최대 5억까지만 적용 된다고 하는데,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인재가 이탈하지 못하게 하고, 이런 도전자들에게 더 큰 기회를 제공하는것이 옳지 않을까? 조건도 너무 까다롭고 제한적이다. 결국 나는 아니지만 주식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실제 수익이 일어나지 않아도 어느정도 초과되면 세금을 내는 구간이 또 생기니까.

개인적으로는 현재기준에서 두배는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톡을 얻고 보험료를 내다

스톡옵션을 실행하게 되면 해당 금액은 4대보험은 추가소득으로 간주되어 늘어난다고 한다. 내가 행사한 이익에 대비하여 공식에 의해 추가로 내야할 돈이 생긴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톡옵션을 행사하기 전에는 구매할 구매가와, 내야할 세금 또한 미리 준비하는것이 필요하다.

다행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고용보험은 다음 들어올 급여에서 공제하고 나간다고 한다.

보험료율은 현재 0.90% 로 이것도 년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추가 고용보험 부담은 73,500,000원×0.9% = 661,500원으로 추가적인 금액이 지출되었다. 그래 뭐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는 건강 보험이었다. 건강보험은 지금 가져가지 않고, 내년 4월에 모두 종합하여 토탈 소득대비 요율을 계산하여 가져간다는 것이다.

아니 진짜로 소득이 늘은것도 아니고, 이 몸이 소득이 많다고 병원비가 더 드는 것도 아닌데 건강보험료는 왜 더 비싸지는 걸까?


예전에 TV에서 연예인 김구라씨가 건강보험료를 어마어마하게 낸다며 방송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나는 그때 그 이야기가 공감도 되지 않고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잘 몰랐었다. 평범한 직장인 한명의 월급을 훨씬 상회하는 보험료를 내고 있던 김구라씨의 느낌을 약간이라도 느껴보는것 같다.

4월의 건보료 폭탄. 나는 그것을 어떻게 현명하게 준비할까. 지금부터라도 건보료 적금을 들어야 하나?


#7 띵동~ 스톡이 입고되었습니다


이제 스톡을 위해 필요한건 기다림 뿐

스톡옵션을 실현할 수 있는 시기도 도래했고, 필요한 구매금도 입금했다. 그리고 추후에 빠져나갈 고용보험료도 계산했고 무리 없는 수준이었다. 증권계좌가 없었다면 새로 증권 계좌를 만들어서 입고 받았겠지만, 이미 사용하고 있던 증권 계좌가 있었고, 이 계좌로도 신청이 가능하다고 해서 부가적인 일이 하나 줄었다.

이제 남은것은 뭘까? 기다림 뿐이다. 이런 비상장주식의 스톡은 어떻게 누가 넣어주는 걸까. 그리고 얼마나 걸리는 걸까


예탁결제원, 스톡 넣어주세요

현재 회사에서 주식관련 처리를 해주는 것은 바로 이 예탁 결제원이었고, 예탁결제원의 스케쥴에 따라 입고 날짜가 정해진다고 했다. 보통 한달정도가 걸린다고 들었고, 상황에 따라서는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안내 받았다. 그렇다면 더 빨라질 가능성은 없고 한달에서 두달정도는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사람 심리가 어찌 그런가.

나에게도 대학 입시 시절과 발표일을 기다리는 시절이 있었다. 그당시 합격자 발표일은 정확한 날짜에 정확한 시간에 보통 통보했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보면, 정해진 날짜가 되지 않았음에도 으레 한번씩 들어가 합격자 조회를 하고 "합격자 발표일이 아닙니다" 메세지를 보면서 알면서도 반복했던 경험이 있다.

스톡이라고 다를빠 있는가. 주식을 구매해본 적은 있어도 이렇게 직접 입고 받아보는 것은 처음이다. 어떻게 알려주는지도 모르고 언제 들어오는지도 모른다. 이 예탁 결제원에서는 나의 주식이 제대로 처리되고 있는건가?

당연히 올바르게 처리해주겠지만, 그래도 들어가서 확인해보고 싶은게 사람의 심리다. 궁금한 나머지 예탁결제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다.


예탁결제원에서 조회된 나의 스톡


첨부된 사진에는 지웠지만, 입고되지 않은 나의 주식이 보여졌다. 수량도 발행사명도 모두 일치했다. 이제 이 주식이 때가 되면 나의 계좌로 입고된다는 것이구나 알 수 있었다. 또한 그럴리는 없지만 기타 이유로 수령하지 못한 주식이 있다면 여기 노출되고, 찾아갈 수 있게 길잡이 역할도 해주는 곳 같다. 그리고 나서는 또 인고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스마트 폰에는 주식앱에서 보내주는 모든 푸시 메세지를 수신하도록 해두었다. 그래도 혹시 알려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매일같이 들여다보는 루틴이 생겼다.



한달 반이 지난 어느 시점, 입고 되었다는 푸시 알림

업무로 바쁘게 보내고 있을 어느 수요일 16:00 시 정각.

해당 주식이 입고되었다는 휴대폰 푸시 알림을 받을 수 있었다. 드디어 나도 스톡옵션을 실행해본 경험을 가지게 되고, 아주 소소한 주식 숫자이지만 다니고 있는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즉 주주가 되었다. 

그러나 이 주식은 비상장 주식으로 당장 주식 앱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것은 아니다. 이를 거래하기 위해서는 비상장 거래소에서 거래하거나, 보통 일반적으로 팔 의향이 있는 경우 회사에 먼저 구매의사를 묻고 진행하도록 계약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제 내가 할일은? 또 기다림 뿐이다. 우선은 비상장 거래소에서의 거래는 생각하고 있지 않고, 아직 할줄도 모른다. 그래서 그냥 상장이 되기만을 기다린다. 그리고 또 1년을 기다리면 스톡옵션 계약 조건에 의해 나머지 50%도 실현할 수 있다.

최소 1년을 기다리면 이제 스톡옵션 계약에 따른 스톡을 모두 얻게되고, 회사가 상장하고 1주당 가격이 높게 상승한다면 약간의 돈맛(?)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톡옵션, 스톡과 돈보다 얻게된 것들

앞서 말했듯이 이것은 상장한 회사의 주식도 아니고, 실현된 돈도 아닌 아직은 긁지 않은, 당첨되지 않은 복권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스톡옵션을 계약하면서 시작된 관련된 경제 공부는 인생의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일단 스톡옵션 계약의 기회가 주어지면 거절할 필요는 없다. 당장 현금이 급한 부분도 있겠지만, 어느정도의 조율을 통해 일부를 스톡옵션으로 가져가 보는것도 좋다. 때로는 이게 회사를 오래 다니게 해주고 동기부여를 해줄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다만 너무 큰 기대를 하면 실망도 크고, 스톡옵션은 "장기전"이기 때문에 요즘의 대 이직 시대에는 조금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회사의 가치는 어떻게 측정되고, 얼마정도의 가치를 가졌고, 이것이 시장에 정말 어떻게 작용하는지, 매출은 잘 일으키는지 순이익은 잘 나는지, 건강한 성장을 하고 있는지 조금씩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

스톡옵션 에피소드는 7편까지 작성하고 잠시 쉬어간다. 추가적인 스톡옵션을 받게되는 때가 오거나, 추가 실현을 하게 되었을 때,  이를 처분하는 상황이 올 때 내용을 이어가고자 한다.

스톡옵션, 스톡보다 그와 연관 된 돈의 이야기를 공부해 보자. 깊을 필요도 없고 나에게 필요한것 또는 나에게 필요할것 같은것을 공부해보면 재미있을것 같다.

당장은 해당이 되지 않더라도 나에게 "1억원 가치의 스톡옵션을 계약하자고 한다면?" 이런 꿈같은 제안이 왔을 때, 더욱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